본문 바로가기

요즈음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터 한트케(안장혁 역), 문학동네, 2011

p. 7.

따사롭긴 하지만 흐렸던 어느 아침 그들이 문밖으로 나서려고 할 때 '길을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군요' 하고 이플란트가 말을 꺼냈다. 날씨도 여행하기에 적당한 듯했고, 하늘도 대지 위에 낮게 깔려 있었으며, 주위의 사물들도 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으니, 가고자 하는 길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될 것처럼 보였다.

--칼 필립 모리츠, 『안톤 라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