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김 지하
기다림밖엔
그 무엇도 남김없는 세월이여
끝없는 끝들이여
밑없는 가없는 모습도 없는
수렁 깊이 두 발을 묻고 하늘이여
하늘이여
외쳐 부르는 이 기나긴 소리의 끝
연꽃으로도 피어 못 날 이 서투른 몸부림의 끝
못 믿을 돌덩어리나마 하나
죽기 전엔 디뎌보마
죽기 전엔
꿈없는 네 하얀 살결이나마 기어이
불길한 꿈 하나는 남기고 가마
바람도 소리도 빛도 없는 세월이여 기다림밖엔
남김없는 죽음이 죽음에서 일어서는
외침의 칼날을 기다림밖엔
끝없는 끝들이여
모든 끝들이여 잠자는 끝들이여
죽기 전엔 기어이
결별의 글 한 줄은 써두고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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