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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당신의 오늘의 식탁은 안녕하신가요? 당신의 오늘의 식탁은 안녕하신가요? 여러분 앞에 직접 기른 작은 늙은 호박 100개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잠깐 시간 드릴게요. 이것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나요? 여러분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딱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구요? 그렇다면, 이 늙은 호박으로 스마일~ 사람의 웃는 모습을 푸르른 잔디밭에 배치해보는 건 어떨까요?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나요? 조금은 유쾌한 상상이지요. 상상력과 창의력을 담아 자신들이 직접 심고 재배한 농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오랜만에 배곳 친구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저는 먹거리, 젠더, 계급에 대해 관심 갖고,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에서 사회학 박사과정 2년차를 끝냈습니다. .. 더보기
2016년 3월 17일 고단하고 고달픈 타지에서의 박사 1년차가 스쳐 지나간다. 모국어가 없는 곳에 조각난 언어로 더듬더듬 새로이 언어를 배워 내 생각들을 채워나가는 공백들이 듬성듬성 채워진 시간들이다. 여전히 채워야 할 공백들이 너무 한없이 많아서 과연 채울 수나 있을지 덜컥 겁부터 난다. 그 겁먹은 긴장감으로 매일매일 살아나가야 하는 그 삶이 참으로 고달프고 고단하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똥배짱보다도 덜컥 겁부터 나는 건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 겁에 둘러 쌓여 이리저리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주저 앉아 그냥 멀뚱히 여기가 어디일까 고민하는 시간들이 늘어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 혼자 앉아, 더듬거려 만져질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더더욱 절망감이 느껴진다. 그 더듬거려 빈 곳을 확인하는 건, 참으로 괴롭고 괴롭다. .. 더보기
2014년 12월 17일 오늘 다이빙장에서 처음으로 7.5m 입수를 했다. 7.5m 다이빙대에 서면, 뇌와 두개골 사이의 분명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되었을테지만, 그 사이의 공간에서 바람이 휭휭 부는 느낌이 든다. 다이빙대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과 달리, 머릿속에, 차분히 한 줄기의 바람이 그 좁고 끈적끈적한 사이를 통과한다.그런데 오늘 7.5m 입수를 세 번이나 했다. 발 밑이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햇살을 받아 출렁이는 수영장의 물이 예쁘고 예뻐서 그냥 한 순간에 훅 뛰어들었다. 5m에 뛰어들 때보다 덜 망설였었는데, 왜냐하면 뛰고나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뛰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뛰고나니, 다행히 재미도 있고, 내가 짐작으로 무서워했던 것만큼, 실체는 그렇지 않.. 더보기
2012년 9월 4일 제대로 된 여름휴가는 쓰지도 못한 채, 오늘도 출근. 뭐 나쁘지만은 않다. 그냥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는 조금 무기력, 혹은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쓰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나이가 들면서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나의 에너지를 굳이 화를 내는데 쓰지 않고, 조금은 현명하게 나를 다독이면서 쓰는 것인지, 전자인지 후자인지 여전히 헷갈리지만. 현재 상태는 나의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화를 내기 보다는 조금은 나를 다독이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굳이 불필요한 일에 얼굴 붉히고 화내고 나만 피해자인양 삐져서 그렇게 굴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혼자이다. 다들 '나' '나' '나'만 생각하기 바쁜데, '너' '너' '너'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