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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12년 9월 4일

 

제대로 된 여름휴가는 쓰지도 못한 채, 오늘도 출근. 뭐 나쁘지만은 않다. 그냥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는 조금 무기력, 혹은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쓰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나이가 들면서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나의 에너지를 굳이 화를 내는데 쓰지 않고, 조금은 현명하게 나를 다독이면서 쓰는 것인지, 전자인지 후자인지 여전히 헷갈리지만. 현재 상태는 나의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화를 내기 보다는 조금은 나를 다독이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굳이 불필요한 일에 얼굴 붉히고 화내고 나만 피해자인양 삐져서 그렇게 굴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혼자이다. 다들 '나' '나' '나'만 생각하기 바쁜데, '너' '너' '너'의 존재를 더듬더듬 손으로 더듬어보아 이제야 인정하는데 어떻게 '너' '너' '너'란 존재를 생각이나 해볼 수나 있을까. 사람들은 모두들 '나' '나'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말한다. 물론 '내'가 없어지면 안되겠지만, 어제는 하루종일 '나' '나'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들었더니 머리가 아팠다. 물론 나도 그 사람 중 하나였겠지만.

비오는 바다가 보고 싶다. 비가 우수수 오는 날, 바다보러 가고 싶다. 낙산사 바다도 좋았고, 강화도도 좋을 것 같다. 조금은 쓸쓸하지만, 그리고 신발에 물이 들어오고 조금은 습습하겠지만, 어떠랴. 맨날 맑은날만 보내는데 그까짓껏. 그리고 우중중하니 떠있는 저 너머의 구름들이 보고 싶다. 저렇게 내가 볼 수 있는 시야가 드넓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 혹은, 배를 타고 망망대해, 아무것도 의지할 것 없이, 고작 별자리로 더듬더듬 방향을 찾아, 망망대해에서 더듬더듬 길을 찾아보고 싶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 나의 로망이지만.

어제는 처음으로 다이빙 수업을 들었다. ^^v 내가 수영을 할 줄 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물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지금까지는 물이 좋다고 대답을 했는데, 수상구조요원 테스트를 받으면서, (물론 똑 떨어졌지만) 수심 5m를 왕복하면서 느낀 것은 여전히 나는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정말 지독히도 물을 무서워한다. 겁도 많기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을 온갖 일들을 상상하면서 시작조차 엄두도 못낼 때가 많다. 하여튼, 스킨스쿠버를 할 때에도 물을 꽤나 무서워했다. 맨몸으로 수심 5m로 들어가서 바닥을 찍고 오는 것도, 숨을 잠깐 참아서 바닥을 손으로 칠  수는 있는데, 숨을 여기서 참아버리면 나갈 때 숨이 부족할까봐 절대 바닥도 못칠 만큼 겁도 많다.

다이빙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단순했다. 신청이유는 수심 5m풀에 맘껏 들어가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1.2m에서 하는 수영이 조금은 지겹기도 하였고. 그래서 어제 처음 수업을 갔을 때, 진짜 너무나 너무나 좋았다. 그 수심 5m에 풍덩 빠지고 싶은 느낌만으로 다이빙 수업을 신청했다니, 참으로 이유는 단순하고 단순하다. 그러나 막상 수경도 없이 5m풀에 들어가려니 겁이 났다. 물에 들어가서 앞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시력도 나쁘고, 나 여기서 못나가면 쌤이 구해줘야 하는데, 과연? 막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나까지 포함 신입생들 4명이서 같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10m 다이빙대에 올라가서 선생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였다. 선생님은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였지만, 결국 TO가 적어서 대회에는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가보셨다고 하니, 멋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다이빙을 비롯하여 운동선수들의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정말로 짧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공부는 평생하는 것 같겠지만, 이 나이대 반짝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이 나이대에 지금아니면 아니다. 정말 시간이 없거나, 아니면 흘러가는 시간을 내가 붙잡아서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드는 순간이었다. 10m에서 바라보니, 참 멋졌다. 촌스러운 만국기도 흔들리고, 깊은 물 색깔도 마음에 들고,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여기서 한 번 뛰어내려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려먼서 드는 생각은,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얼굴을 할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 그런데 다이빙수업을 들으니 얼굴에 생기도 돌고, 조금은 장난기가 섞인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즐거웠다. 그래,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살이 찌는 것도 아니고, 멍청해지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드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그럴 수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얼굴로 걸어다니지 말자는 것.

선생님이 설명한 다이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했다. 바로 다이빙을 하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라는 것. 다이빙대에 서거나, 혹은 물에 퐁당 빠질라치면, 그 망설이게 되는 몇 초가 있다. 내가 물에 빠져서 나올 수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그런데 그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이빙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정말 옳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들은, 사실 내가 너무나 해보고 싶은데 잘 안될까 하는 두려움으로 시작조차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니, 조금은 못해도 좋고, 실수해도 좋고, 혹은 물을 왕창 먹어 눈물콧물 쏙 빠져도 좋으니, 용기내어 도전해보자.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봤자, 잘 안되는 것밖에 더있겠나. 그런 자신감 좋다! 운동을 통해 얻는 자신감이 생각보다 좋구나. 히히.

그리고 두번째 어제 쌤 말씀중에 재미있었던 것. 다이빙을 왜 하러 왔냐고 물어보면서 덧붙이는 말이, 사는 것이 힘드세요? 라고 장난섞인 말로 물어본 것. 다들 살기 힘들어서, 에라이~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다이빙을 많이 하러 왔나보다. 물론 나라고 예외도 아니다. 10m에서 뛰어내리는, 정말 자유낙하라는 것이 저런 것일까? 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래, 하늘을 날아보는 것, 혹은 수직하강을 느껴보기 위헤 굳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릴 필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다이빙 수업.. 정말 빠른 진도에 감탄 또 감탄. 선생님이 무서워하면서 나를 가르쳤다면, 나도 덩달아 겁먹었을텐데, 그냥 시원시원하게 가르치니까, 덜컥 겁도 나지만 자꾸 도전해보고 나쁘지만은 않구나. 어제 A형 다이빙 연습. 몇번 연습만에 지상에서 스프링 보드에서 연습. 그러다가 입수 연습. 그러다가 제자리에서 A형 다이빙 연습. 그러다가 1m스프링보드 연습. 최종적으로 3m에 올라가서 낙하.ㅠㅠ 어제는 무서워서 1m 스프링보드는 못해봤고, 3m 플랫에서 뛰어내리지 못했지만, 수요일에는 꼭 1m에 도전해보리라. 1m에서 떨어지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물속에 들어가서 하늘을 쳐다보고 보이지도 않는데 헤엄을 쳐서 나오는 것이 제일 무섭다. 5m 수심이 제일 무섭다. 그러나 하다보면 또 잘 되겠지. 안되면 눈물콧물 쏙 빼고 선생님이 나를 구해주는 것밖에 더하겠어? 운동이 생각보다 자신감을 많이 길러주네. 그래, 지금껏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좀 해보자. 나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자.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겁이 덜컥 나고, 나의 체력과 몸상태 때문에 할 수 있는 폭이 많이 좁아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때 꼭 하고 싶은 것을 한 번 해보자. 안되면 못하는 것밖에 더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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