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고 고달픈 타지에서의 박사 1년차가 스쳐 지나간다. 모국어가 없는 곳에 조각난 언어로 더듬더듬 새로이 언어를 배워 내 생각들을 채워나가는 공백들이 듬성듬성 채워진 시간들이다. 여전히 채워야 할 공백들이 너무 한없이 많아서 과연 채울 수나 있을지 덜컥 겁부터 난다. 그 겁먹은 긴장감으로 매일매일 살아나가야 하는 그 삶이 참으로 고달프고 고단하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똥배짱보다도 덜컥 겁부터 나는 건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 겁에 둘러 쌓여 이리저리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주저 앉아 그냥 멀뚱히 여기가 어디일까 고민하는 시간들이 늘어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 혼자 앉아, 더듬거려 만져질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더더욱 절망감이 느껴진다. 그 더듬거려 빈 곳을 확인하는 건, 참으로 괴롭고 괴롭다. 그 더듬거림에 누군가 만져지고 온기라도 느껴지면 좋으련만. 인생 어차피 혼자 사는 것은 맞는데, 맞고 참으로 잘 알고 있는데, 그 빈 더듬거림을 확인하고, 이제 어찌해야 할지 막연하고 막막하다. 그 막막함과 그 막막함을 견디려는 긴장감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삶이 고단하고 고달프다. 다들 그렇게 각개전투하면서 살아가고 있나?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하고픈 말이 남아서. 그리고 그 감정들이 차올라서. 그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세상에서 재미없는 얼굴을 하고, 하고싶은 말도 울분도 하나도 남지 않았을 그 상황이다. 그래도 이렇게 술을 먹고 주절주절 거리는 건, 최소한 다행인 것이다. 그래도 무섭다. 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얼마나 더 밑으로 추락할지. 야만적인 앨리스씨에 나오는 것처럼 계속 추락만 하는 상황일까. 아니면 최소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그 수직상승이 다시 떨어지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계속 하강만이 아닌, 조금은 위로 한번쯤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추락이었으면 좋겠다. 한없이 막연하고 외롭고 고달프고 고독하고 고단한 삶이 눈을 뜨면 계속된다,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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